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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종교인 과세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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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16-01-15 13:48 조회15,7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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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종교인 과세 입법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마사초(Masaccio)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 카르미네(Santa Maria del Carmine) 수도원이 있다.
마사초는 이 수도원에 위치한 조그만 규모의 ‘브란카치 예배당(Cappella di Brancacci)'에 많은 그림을 남겼는데, 이중 ‘성전세(聖殿稅·Tribute Money'라는 작품이 유명하다.
그림에는 예수님이 열두 제자와 함께 사도 베드로의 고향인 갈릴리 지방의 작은 마을 가버나움으로 향하는데, 로마의 세리(세금징수원)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 왼편을 보면 사도 베드로가 물가에서 고기를 낚고 있다.

기독교 성서 마태복음(17장 24-27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일화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가 가버나움의 한 교회당(성전)에 들어가려 할 때, 돈이 없어 성전세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성전에 들어갈 때 내야하는 세금은 반 세겔이었는데, 오늘로 치면 노동자가 이틀 일한 임금에 해당한다.
세금 징수원인 세리가 성전세를 내라고 계속 요구하자 예수는 베드로를 시켜 갈리리 바다에서 낚시를 하도록 했다.
잡힌 물고기가 은화 한 세겔을 물고 있을테니 이를 세금으로 내라는 것이었다.
예수도 세금을 냈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다.

마태복음에는 이 일화에 바로 앞서 예수가 "가이사(로마 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며 세금 납부 의무를 지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약 2천년 전에 벌어졌을 성전세 일화를 지금 소개하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작년 12월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신부와 목사, 승려 등으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사실 기독교에서도 천주교는 1994년부터 성직자들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신교에 속하는 교회 가운데서도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일부 교회가 세금을 내오고 있다. 조계종 등 불교 교단도 법률 통과시 성실한 자진납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법이 시행돼도 과세 대상인 종교인은 4만6천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세수는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1인당 평균 21만7천원 정도다.

지난 한해 60조원에 육박한 소득세 전체에 비하면 사실 얼마 되지 않는 액수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4개 국가 중 종교인 소득에 대해 전면 비과세하는 유일한 나라였던 만큼, 법률에 종교인 과세 근거를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깊다.

종교인 과세 관련한 이슈는 최근 수년간 관심있게 다뤄졌지만, 알고보니 역사가 꽤 길다.
한국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68년이다.
당시 정부는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에 종교인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종교계가 강력 반발하자 곧장 이를 백지화했다.
이후 수십년간 금기시돼온 이 주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를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한다”고 지적하며 종교단체 등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국세청이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에 과세 가능성을 질의하고 법리 등 검토에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듬해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가 "종교법인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유보적인 견해를 밝히자 다시 유야무야됐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정부가 종교계 반발 등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5년만에 다시 이 이슈를 들고 나왔다.

이명박 정부 말기였던 2012년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면서 종교엔 과세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입법 절차가 추진됐다.
이듬해 정부는 종교인 소득을 기타 소득세의 하위 항목인 ‘사례금'으로 포함시켜 과세하거자 소득세법 시행령에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종교인 소득에 대해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나머지 20%에 대해서만 실질적으로 과세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세법을 소관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종교계와 협의가 미흡하다”거나 "문제점을 더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2014년까지도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작년 말에 결국 국회 통과라는 산을 넘게 된 것이다.
일반 국민과 언론 다수는 이번 입법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작년 말 기획재정부가 한해동안 추진한 최고의 정책을 꼽아달라고 일반 국민, 정책 전문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종교인 과세가 ‘정책 MVP'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업체 모노리서치가 2013년 12월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75.3%가 ‘종교인도 조세형평 차원에서 과세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종교인 과세에 대한 당위성을 상당수 국민이 인정하고 있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일부 종교와 교단은 여전히 "종교인을 탈세자 취급한다”는 불만섞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8년으로 못박힌 시행시기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의심을 품기도 한다.
앞으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법률 재개정도 가능하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입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종교인 과세라는 큰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연 4천만원 수입을 가정해 비교하면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종교인보다 7.7배나 된다며 이번 입법이 종교인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있지만, 향후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세속의 법도 성실하게 지키는 현명하고 모범적인 종교인들이 보다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계기가 이번 입법을 통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출처 : 세무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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