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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느니 휴직"…기피부서 된 국세청 조사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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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18-03-28 11:18 조회16,2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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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느니 휴직"…기피부서 된 국세청 조사국, 왜?

 

# 최근 일선 세무서 직원 A씨는 본청 인사부서로부터 지방청 조사국을 출근해 일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반발 "나를 조사국으로 발령내면 휴직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국세청은 A씨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대로 그를 조사국으로 발령냈다. 이에 A씨는 바로 휴직신청서를 내버렸다. 국세청 직원들이 국세청 본연의 업무이자, 막강한 권한의 원천인 '세무조사' 업무를 꺼려하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납세자가 세무조사 받기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국세공무원이 세무조사 업무를 하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동안 세무조사 업무는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 일종의 '자존심'이었고 조사국 근무는 자신의 이력서에 한번쯤 채워넣고 싶은 '훈장' 같은 것이었다. '국세공무원이 됐는데, 적어도 세무조사 업무 경험이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마음가짐이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승진이라는 '외눈박이' 목표 아래 조사국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었지만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묵묵히 힘든 조사국 근무를 해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와서 국세청에 이런 분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선 조사국 발령을 '잡아간다'고 표현할 만큼 조사국 근무에 대한 인식이 험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국세청 직원들의 조사국 기피현상이 만들어진 것일까.
한 순간 '삐끗' = 불이익
과거와 달리 조사국이 기피부서가 된 것은 업무량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절차'와 그에 따른 '책임'이 강화된 부분이 무엇보다 크다고 국세청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납세자에 대한 권리 보호 정책이 해마다 강화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세무조사 시 진행되는 절차를 철저하게 지켜나가야 되기 때문이다.
 
납세자 권리를 위해 절차를 똑바로 지키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사소한 절차 하나라 놓치는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은 물론, 징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꺼려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국세청 직원은 "최근 조사를 나가면 조사역량의 절반 이상은 절차 지키는데 쏟아붓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면서 "절차를 안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너무 크니까 조사국 기피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수 한번으로 불이익을 받는데 누가 조사국을 선호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절차 준수 뿐 아니라, 부실과세 등 과세에 대한 부담도 국세청 직원들이 조사국 근무를 꺼려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애초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과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증빙여부 등 다툼의 소지가 많아 정확한 과세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입장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애매한 부분이 있어 과세하면 추후 불복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데, 여기서 져버리면 징계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불복이 두려워 과세를 덜하거나 안 하면 훗날 감사원으로부터 징계요구를 받을 수 있다. 조사국 직원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이 운영하고 있는 '조사이력관리 제도'에 따라 한번 내린 과세는 국세청을 벗어나지 않는 한 꼬리표 처럼 따라 다닌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일선 직원은 "조사국 근무 시절 처분한 과세에 불복이 제기되면서 세종시에 위치한 조세심판원에 여러번 불려가는 직원을 봤다"면서 "의견진술을 위해 당연히 감수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도 조사국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받는 사람, 하는 사람 모두 두려운 '4국 조사'…"국세청 고민 필요"

 
조사국 기피현상은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특히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로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조사4국은 유독 과세를 강하게 하는 데다, 법리해석 차원이 아닌 증빙 다툼이 많아 불복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아무래도 다른 지방청보다 서울청 조사국에서 기피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며 "그 중에서도 나머지 조사국(1·2·3·국제)은 그나마 기피현상이 덜하고 조사4국이 가장 심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일선 세무서 직원은 "다른 조사국은 그래도 가려고 한다. 하지만 4국은 정말 기피하는 것 같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4국에 끌려갈 것 같으니, 나머지 조사국에 미리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 조사업무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 같은 정책방향이 조사국 기피현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비정기 세무조사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세무조사 대비 비정기조사 비중은 지난 2015년 49%에서 2016년 45%, 2017년 42%(잠정)였는데, 올해 비정기조사 비중은 40%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청 조사4국의 인력도 축소될 예정이다. 국세청은 현재 약 200명 정도인 조사4국 인력을 감축하고, 감축된 인원을 정기세무조사 업무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사국 직원들의 실적평가 비중도 줄어든다.
조사국 직원들의 실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성과평가 때 조사실적 비중을 축소하되, 절차 준수여부나 과세품질 제고 노력 등의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서울청 조사4국 인력 축소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이 흘러 나온다. 한 국세청 직원은 "4국 축소는 납세자 권리 보호가 본래의 목적이지만 4국 인력이 축소되는 만큼 4국에 전출되는 직원들도 줄어드니 직원들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실적평가 부담을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직원들이 많다.
한 국세청 직원은 "실적평가가 줄어들면 무리한 과세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불복도 줄어 직원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절차와 과세품질 제고 노력 등이 강화되는 부분은 부담이지만, 세무조사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직원들이 조사국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세청 직원은 "조사국 직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다. 그렇다고 승진이 다른 곳보다 굉장히 빠르다거나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는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으로서 사명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사국 근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요즘 젊은 직원들이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국세청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세일보] 이현재, 염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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